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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인사위원회의 존재는 깃털만큼 가벼웠던 것인가?

지난 4/3(수)에 개최된 인사위원회(공적심사위원회)에서 금번 70주년 개교기념일 포상 인원을 심의 의결하였습니다. 당시 각 부서에서 추천한 후보 중 총 11명의 인원을 확정짓고, 학교측이 제시한 인원보다 5명 많은 인원에 대해 예비자로 선정하고 추가 포상의 여지를 두어 최대한 많은 인원이 포상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심의 의결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금요일 해당 결정사항을 총장이 임의로 파기하고 4/15(월)에 인사위원회를 다시 개최하는 것으로 사측에서 통보를 해왔습니다. 내용인즉 포상 후보자에 대한 총장 결재가 진행되지 않았으므로 다시 결재를 득하고 인사위원회를 개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더 들여다보니, 기존 확정인원 11명 중 7명을 제외하고, 기존 예비포상후보 5명 중 3명, 순위 외 4명을 추천하여 7명을 사실상 확정자로 ‘내정’하여 전체 11명의 명단만으로 표결하겠다는 안을 제시했습니다. 다시말해, 11명 중 포상 가/부를 표결하는 방식으로 인사위원회 노사 위원 전체를 거수기로 전락시키는 모양새로 금번 인사위원회를 다시 개최했던 것입니다.

 

우리 노동조합은 노사 양측 위원이 원만하게 합의한 최초 인사위원회 결정을 무시하는 총장의 결정에 크나큰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애초에 인사위원회까지 오게 된 것이 총장의 확인없이 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문서화하지 않더라도 구두보고는 충분히 이뤄진 후 개최되었을 것이며, 인사위원회 개최 이전에 총장의 의중은 사측 위원들의 결정에 이미 녹아있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모든 절차에 대비하지 않고 결과가 나온 후에야 절차를 핑계로 결과를 가볍게 뒤집는 그것이 현재 인사위원회의 위상이라고 생각하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승진심사도, 징계위원회도, 심지어 임금 및 단체협약도 손쉽게 뒤집을 수 있게 될까 크게 우려가 되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노동조합은 대안을 준비했습니다. 최초 심의의결한 인원 중 다수 표결자 10명 외에 총장이 새로 포상하고자 하는 7명을 포함하여 총 17명을 포상하는 안을 제시했습니다. 인사위원회를 다시 개최하여 기존 의결사항을 번복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2024년 개교기념일 포상에 대한 공적심사는 이미 종료되어 다시 개최하는 것 자체가 성립되지 않음이 명백하지만, 총장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추가인원에 대한 포상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전달하였습니다. 이것이 개교 70주년을 맞이하여 직원들에게 좀더 포상하게 되면 더욱 의미있는 70주년이 되는 결정일 것이며, 학교 행정을 이끌어 나가는 직원의 사기를 북돋고 그동안의 노고를 폭넓게 치하할 수 있는 올바른 의미의 포상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이외의 결정사항에 대해서는 최초의 결정을 무너뜨리는 것이므로 수용할 수 없으며, 본 제안을 수용하지 않고 절차적 정당성을 갖지 않은 인사위원회의 표결을 진행한다면 행정을 무시하는 행정수장의 조치를 공론화하여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규정에 위배되는 위원회에서는 표결할 수 없음을 밝히며 표결을 거부하고 회의장에서 퇴장하였습니다.

 

부서 추천으로 포상 추천된 후보자 한분 한분 모두 포상을 받아 마땅한 소중한 우리 직원 선생님들이었습니다. 그중에는 항상 주목받는 업무에 계신 분들도 계셨고, 항상 어려운 여건과 불비한 지원 속에서도 묵묵히 본연의 업무를 수행해오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최초 결정이 최선의 선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절차 안에서 이루어졌기에 그것이 인정되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어제처럼 규정에 근거도 없는 재심의로 포상이 수여되고, 그 결과 포상자에서 제외된 분들이 생긴다면 그것이 올바른 행정인가 묻고 싶습니다. 그것이 행정수장의 독단으로 조직 내 부하직원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인가도 묻고 싶습니다. 그것이 앞으로 100주년을 향해 가는 우리 대학이 가고자 하는 올바른 방향인가를 꼭 묻고 싶습니다.

 

덧붙여 추가인원에 대한 부상 갤럭시 워치의 시중가격 기준 총비용은 120만원~200만원 사이입니다. 최근 포상자 선정을 축소하려 하는 움직임이 결국 비용때문이 아니냐는 항간의 소문을 들을 때마다, 매번 직원은 원가절감의 대상으로 치부되는 것이 더욱 황망하기만 합니다.

 

부디 학교 행정의 위상을 학교의 장 스스로가 훼손하지 않도록 최초 인사위원회 결과를 존중하여 수용하거나, 아니면 조합이 차선책으로 제시한 포상인원 확대를 수용하여, 70년동안 묵묵히 외대를 일궈온 모든 직원들의 노고를 기리고 서로 수고했다며 어깨를 두드릴 수 있는 뜻깊은 개교 70주년이 될 수 있도록 총장의 통크고 관대한 결정을 기대합니다.

 

2024.04.16.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외국어대학교지부장 이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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